고양이의 항변/배중진
친구인 고양이가 보이지 않다가
늦게 어슬렁 거리며 나타나서는
이 사람 저 사람 곁을 스치고
꼬리를 저으며 아양을 떨었는데
그만 화분에 가서 꽃을 씹다가 들켰다
그 이후 그날의 운명은 사뭇 달랐는데
안고 쓰다듬는 친구가 없었으며
꽃 근처만 가도 높은 목소리가 날라왔다
화분이 있는 창에 가기만 해도
많은 시선이 비수가 되어 다가왔으며
다리를 길게 뻗어 기지개를 켜도
나이들은 남자의 손이 다가와 밀어내곤 했다
조용히 지나가는 행인들, 새들을 보고 있는데
자꾸 손으로 장난을 걸어와 하나 밖에 없는 이빨로
물으라치면 문다고 구박하고
발로 걸어 입으로 가져오면 그런다고 뭐라고 하고
좋게 봐주면 안되나요?
조용히 앉아 있는데 왜 건드리나요
아마도 나이들은 남자들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나의 꼬리를 질투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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