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45

평지풍파를 낚는 낚시꾼/배 중진

평지풍파를 낚는 낚시꾼/배 중진 가을빛이 감도는 넓은 바다 여름의 열정을 식히듯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한없이 너그러운데 엉덩이에 뿔이 난 젊은이 둘 못다 한 여름이 아직도 아쉬운지 총알 같은 속도로 제트 스키를 파닥거리며 짓쳐나간다 하얀 물거품을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일으키며 어찌나 멋대로인지 조용하게 사색하며 낚싯줄만 늘인 낚시꾼들 옆으로 바싹 다가와 갈매기라도 떨어트릴 정도로 물보라를 일으키곤 깔깔거리며 여운을 남기고 멀리 사라진다 쉬고 있는 파도를 성가시게 건드니 견디다 못한 물결이 하얗게 부글부글 끓으면서 질색한다 못다 한 이야기 다하지 못한 이야기 한여름 성하 한겨울 못다 한 여름이 아직도 아쉬운지 한여름이 기도하는 부처님 같은 인상을 받기도 하고 뜬구름을 잡으려다 선남선녀가 구름이 되어 서로 ..

詩 2017 2017.10.16

장미도 시들었고/배 중진

장미도 시들었고/배 중진 사월의 어느 뜨거운 날 삐쭉삐쭉 솟은 빌딩 사이를 정신없이 기분 좋게 걸었는데 그 이후 체력은 욕심을 감당하지 못했나 엉덩이를 가시로 콕콕 찌르는 통증이 시작되었어도 얼마가 지나면 괜찮겠지 싶어 고통 속에서도 참고 유혹의 그 날을 회상하곤 했지만 나날이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아픔이 더해가고 발작하듯 신음하는 빈도가 높아져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태라 60여 일이 지나면 저절로 후련하게 사라진다 했지만 의사를 찾아가 치료받기 시작했는데 좌골 신경통은 설 수도 앉을 수도 없을뿐더러 바깥출입도 매우 한정되어 거의 집안에 구금상태였으나 세월은 세차게도 빨라 오월이 오리무중이었고 유월도 유성처럼 사라졌는데 엉뚱하게도 장미가 그리운 것은 무슨 이유일까 가시방석으로만 느껴지는 요즈음 향기를 맡고..

詩 2017 2017.06.30

메아리/배 중진

메아리/배 중진 높은 설산이 명상에 잠기니 출렁이던 호수도 덩달아 차분한 모습입니다 돌덩이같이 묵직한 마음 내려놓으니 온 천하를 사랑의 빛으로 은은히 감싸는듯합니다 나는 누구이며 무슨 문제가 심란케 하였는지 가슴을 마구 뛰게 했는지 흔들림 없는 산에게 물으니 한점 바람 없는 밝은 하늘이 따스한 미소 지으며 맑은 호수같이 좀 더 깊이 잠기어 보란다 오솔길2017.02.21 08:35 배중진님~ 안녕하세요.....! 고운 시 읽으며 잠시 쉬다 갑니다 성경책에는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가로되 가이사의 것이니이다 이에 가라사대 그런즉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 하시니"/마태복음 22장 21절 님~ 건강에 유의하시고 주님의 은혜 가득한 나날들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욥을 읽..

詩 2017 2017.02.21

눈깔방맹이/배 중진

눈깔방맹이/배 중진 눈이 시원하게 크니 보고 싶은 것도 많고 남에게 들키는 것도 적지 않고 말귀 알아들을 때 짓궂은 동네 청년들이 눈깔방맹이나 황소눈깔이라고 놀렸음을 기억하고 집에 가서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에게 다시 태어나게 해달라고 떼를 쓴 적도 없지만 날조되어 더욱 웃음거리를 만들었던 왕눈이 싫었던 것은 사실 성장하면서 눈 때문에 남들에게 도움받은 적은 없지만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이 좋다는 생각이고 미국에서의 삶이 한국에서보다 긴 지금 역시 커야 덜 차별과 서러움도 받지 않았나 생각이 미치면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해서 적대감을 표출해 두렵게 하지 않고 만족감을 얻으며 웃으면서 헤어져 너그럽게 아량을 베푸는 데 도움이 되었다면 선하게 보이는 눈이 싫지 않고 무탈하게 건강하여 영원히 똑바른 세상을 볼 수 ..

詩 2017 2017.02.21

눈싸움/배 중진

눈싸움/배 중진 눈이 쏟아지면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고 걱정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펄쩍 뛰며 환호하면서 밖으로 나와 즐겁게 맞이하는 아이들과 젊은이가 있다면 어두운 방에 움츠려 걱정하시는 분도 있어 남의 집 앞을 거닐면서 눈이 쌓여 있으면 치우지 못하는 자가 누구일까 얼굴을 떠올려 보기도 하는데 연세가 드신 분들은 아예 바깥출입을 하시지 않아 발자국조차 보이지 않고 어떤 분은 주차장과 문까지만 빠끔히 길을 내신 분이 있고 누구는 드라이브웨이에 자동차 타이어 자국만 있어 매우 바쁘심을 알기도 하는데 몸이 성치 않으면 근심이 쌓이듯 멋대로 더 쌓여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게 하곤 낄낄거리며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눈보라가 아니었던가 눈만 내리면 고향의 노쇠하신 가친이 생각나고 도울 수 있는 길이 없어 먼 타국에..

詩 2017 2017.01.13

버려진 Christmas tree/배 중진

버려진 Christmas tree/배 중진 호기심이 무럭무럭 자라던 Holiday Season! 어느 집으로 극적으로 초대되어 가족의 일부분이 되었고 이제까지 경험할 수 없었던 많은 사건을 보았다네 사랑도 웃음도 눈물도 짜증도 슬픔도 말이야 그동안 목말랐지만, 누구 하나 물 한 모금 주지 않아 피부는 갈라지고 생기를 잃어갔어도 서로 공생하며 자리를 지켰는데 긴 시간도 아닌 어느 날 느닷없이 토사구팽당하여 거리의 찬 겨울 속으로 내동댕이쳐졌구나 이슬비 부슬부슬 내리니 갈증이 해소되었나 솔솔 은근한 향기가 피어올라 행복한 가정에선 웃음이 불행한 집안에선 눈물이 보여 골목마다 거리마다 고요함 속에서도 함성과 한숨이 들리는 고야 Keel-billed toucan Scarlet macaw Brooklyn, New..

詩 2017 2017.01.05

잊지 못할 닭/배 중진

잊지 못할 닭/배 중진 선생님 48년 전인 1969년이 기유년, 닭띠였지요 중학교 2학년 담임이셨던 화가 선생님 세상을 그리셨고 홰를 치며 새벽을 일깨우는 수탉의 판화를 뚜렷이 기억합니다 붉은 해가 막 솟는 높은 산봉우리를 배경으로 한 농촌 마을 앞에서 시뻘건 볏과 아랫볏 그리고 귓불이 소담스럽고 기상이 넘치는 신년 축하 그림이었지요 제자들을 항상 생각하시는 인자하신 모습 항상 웃음을 머금으신 얼굴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셨으며 큰소리 대신 자상하게 이야기하셨고 수수한 옷차림에 운동화를 신으신 단정한 몸가짐을 잊을 수 없답니다 가끔 사탕을 제자들에게 나눠주시던 온정 내일의 희망을 사랑하셨고 감사의 문안 편지에 답으로 보내주신 그림엽서는 오래되었어도 생생하고 작은 목소리로 세상을 깨우셨습니다 뵙고 싶어도 계시..

詩 2017 2016.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