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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사나운 날/배 중진

운수 사나운 날/배 중진 가벼운 걸음으로 집을 나섰고 호의를 베푼 사람들에게 그만큼의 선심을 썼는데 난데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신장 투석을 하러 갔는데 누군가 심장을 찔러 버렸다 잘하려고 했는데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모든 것이 멎었다 죽었다 정말 난감했다 황당했다 견인차를 불러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는데 앞으로 어찌 전개될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다 그들의 주차장에서 깜깜하고도 혹독한 밤을 지새워야 한다 자동차가 없으니 가까운 곳도 멀게만 느껴지고 발로만 움직일 수 없는 거리가 되었다 심장을 쏜 난쟁이는 책임을 회피하느라 전전긍긍하는 눈치다 단순히 바꾸러 갔는데 큰 사고로 발전하여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로 전락했고 점심도 먹지 못하고 아주 늦은 시간에 초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12/6/2023 Brandywi..

詩 2024 2024.01.26

아전인수/배 중진

아전인수/배 중진 인물 좋은 한량이 있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개울이 마당 옆에 있었고 물소리에 맞춰 한시를 읊었으며 복숭아나무를 심어 꿈을 꾸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처가 버젓이 있었고 첩이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음을 싸움을 통해 알았으며 나와 비슷한 잘생긴 아이가 뭣도 모르고 혼자 돌아다녔다 형들과 나이 차가 있었고 막내아들이라 금지옥엽인 양 애지중지 키우며 남의 넓은 집을 인수하여 생활이 넉넉한 모습이었고 재롱떠는 것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모양이다 처는 외로움을 술로 달래고 있었고 첩은 조용하게 내조하며 열심히 살고 있었는데 청년이 된 아들이 건강에 문제가 생겨 폐병으로 일찍 세상을 하직했다 무엇이든지 마음먹은 대로 행동했던 분이신데 그런 처참한 꼴을 당했던 것이다 애처롭게 살려달라는 단말마의 ..

詩 2024 2024.01.24

용/배 중진

용/배 중진 계곡을 타고 쏟아지는 물을 바라보며 자란 소년 가진 것은 없지만 하늘이 가까이 있어 위안이 되었던 곳 옹달샘이 있어 아낙네가 몰려왔고 바위샘이 있어 바가지로 물을 긷던 곳 미꾸라지는 아니었지만 워낙 가난하여 홀로 놀기를 좋아하던 시절 기타를 배우고 바이올린을 켜던 사람 또래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 학교 가는 것을 무척 부러워했으리라 바둑도 두면서 소일하고 술 한잔 나누기도 하면서 늦은 밤을 여럿이 보내기도 했는데 느닷없이 잠결에 들려주는 이야기 건선이 있어 목수인 아버지와 공동묘지에 가서 이름 모를 시체를 파내어 뼈를 몇 개 추려서 참기름을 넣고 곱게 빻아 피부에 발랐단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화들짝 놀라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저런 사람이 같은 동네에 사는 인간이라니 도무지 현실을 받..

詩 2024 2024.01.16

탁아소/배 중진

탁아소/배 중진 어린아이들이 꿈을 꾸는 곳 사랑하는 부모와 이별하고 잠시 쉬는 곳 생면부지의 또래와 싸우지 않고 잘 지내는 것을 배우는 곳 종일 부모님을 기다리는 곳 우체국에 가다가 우연히 창가의 한 아이가 손을 흔드는 것을 보았다 인간이 그리웠던 모양이다 누군가 빨리 와서 데려가길 학수고대하는 인상이다 다른 아이들은 세상모르게 벌건 대낮에도 쌔근거리는데 무슨 걱정이 있는 것일까 두려움에 휩싸였던 것은 아닐까 잠자다가 악몽에 시달려 일어나 울고 있던 것은 아닐까 먹고살기 위하여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울며 매달리는 철부지 아이를 맡기는 심정 일하는 체하지만, 마음은 온통 아이에게 가 있지 싶어 안타깝다 10/23/2015 New York City

詩 2024 2024.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