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옛날/배중진

배중진 2011. 3. 5. 02:48

옛날/배중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간밤에 호랑이가 다녀 갔단다
외양간에 암소는 여전히 딸랑거리고
눈위의 발자국을 두려움으로 따라가본다

몽당 빗자루로 눈을 치우면서
무거운 가래를 들먹이지만
내몫은 아니고
하루종일 눈과 싸움이다

높게 솟은 둥구나무
아직도 방패연은 펄럭이고
부엉이 한 마리 노란눈을 밝히며
나를 호시탐탐 노리는데

얼음판의 시끄러운 아이들 소리
어서 빨리 나오라 들려오네
갈 곳도 없고 할 것도 없었던 시절
그곳이 우리의 지상낙원이었지

 

모나리자2011.03.09 13:39 

제이님게서 지금은 또 어디쯤에서 옛날을 회상하고 계실까 스무 고개를 해봅니다.
저는 이제야 숨좀 쉬는데 제이님께선 잘하고 게신 거 맞지요? 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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