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SOS/배중진

배중진 2011. 3. 5. 02:54

Snow Oh, Snow/배중진

전에 갔던 길을 취하지 않고
오늘은 반대방향으로 걸어 보았다
이유가 딱히 있을리 없고
호기심이 발동했으며 궁금해서

가도 가도 조용하기만 했고
차 지나가는 소리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으며
딱따구리의 울음소리만 들렸다

여차하면 되돌아 간다
간다 하면서 자꾸 미로로 빠져 들었고
드디어 환하게 툭 트인 넓은 골프장엔
스키타는 사람들만 지나가는데

얼마나 더 가야 인가가 나오고
출발지점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
골프장을 따라 푹푹 빠지면서 걸었다

이미 되돌아 가기는 너무 힘들고
그 길이 까마아득 했으며
벽창호, 돈키호테라고 불러도
축축한 발이 대답할리 만무였다

난감했다
누구한테 하소연 하랴
자동차는 산 넘어에 있고
몸은 이곳에서 떨고 있으니

방향만 잡고
한치 앞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걸었으니
우리의 인생과 뭐가 다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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