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아버지의 잠꼬대/배중진

배중진 2011. 10. 28. 06:42

아버지의 잠꼬대/배중진

쉽게 잠이 드시는 모양인데
할 말이 많으신가 봅니다
이리뒤척 저리뒤척 하시면서
힘드시는지 끊임없이 소리를 내시는데

어머님을 여의시고 슬픔이 깊으신지
우는 소리를 내시기도 하시고
기침도 하시다가 또 잠꼬대를 하시고
9시간을 주무셔도 깊지는 않은 듯하고

옆에서 듣고 있으려니 또한 깊지 않은 잠
설치면서 얇은 요대기위에 짓눌리는
몸체와 방바닥 사이에서 아픔으로
밤이 무척이나도 깊었지만 일어나서

보온이 들어오지 않는 다른 방으로 가
책을 읽다가 졸려서 다시 들어오고
또 깊숙히 배겨드는 방바닥의 고통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잠꼬대는 끝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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