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허리/배중진
지팡이를 짚고 다니시는 아버지
만져는 보았지만 살펴보지는 못했는데
상처를 보고서는 깜짝 놀랬으며
결과가 좋지 않아 애석하기만 하여라
수술 후 노인에게서 가끔씩 일어난다는 헛소리
오토바이 열쇠를 달라고 동생한테 매달렸다는데
그것을 지금도 다 기억하고 계시니
알다가도 모를 정신세계이다
"막지마세요, 열쇠를 주세요"
"저곳만 우회해서 가면 됩니다"
"열쇠를 주세요, 갈 수 있습니다"
아무리 설득을 하여도 누구인지도 모르시고
사랑하는 아버지가 수술 후 저렇게 말씀하시니
어머니의 슬픔은 배가 되어 동생한테 연락을 했고
동생도 물리적으로 잡으려고 했지만 힘이 부쳤다니
수술실, 아니 병원에서 무척이나도 집으로 가시고 싶으셨던 모양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듯
모든 것을 정리하시고 들어가셨으며
자꾸 주위를 둘러 보시고 두려움에 떨으셨다니
다시는 우리 사랑하는 님을 병원에 맡기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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