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도 밟으면/배중진
태우고 또 태우고
소각장으로 이어지는 길은
밭속에 있으며
길이 번지르하게 났는데
누나와 동생들이 떠나가고 없으니
전에 있었던 곤충들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일어났는데
아침에 가보니 미안함 뿐이다
주위를 살피지고 않았고
발밑을 조심하지도 못하여서
너희들이 있음을 알지 못했는데
이를 어쩐다 앞으로도 가야하는 길이니
너무 원망은 하지말고
길을 좀 비켜 주시면 안될까
자주 다니지도 않겠지만
약간만 비켜주셨으면 고맙겠네
'詩 20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의 허리/배중진 (0) | 2011.10.28 |
---|---|
어머니가 쓰신던 침대에서/배중진 (0) | 2011.10.28 |
진지상 차리기/배중진 (0) | 2011.10.28 |
지들이 사는 곳도 아닌데/배중진 (0) | 2011.10.28 |
한국에는 왔지만 (0) | 2011.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