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진지상 차리기/배중진

배중진 2011. 10. 28. 06:38

진지상 차리기/배중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모르는데
딸들이 잔뜩 쌓아 놓은 냉장고에서
주섬주섬 꺼내어서 덮히기만 하면 된다는데
그것이 쉽지 않으니 어쩌면 좋은가

혼자 먹는 것이라면 아무거나로 채우면 되겠는데
상심하시고 계시는 아버지의 진지상이라서
그래도 섭섭한 마음이 들게 해서는 안되기에
한식을 요리해본 경험이 없음을 통탄하고

세 번 찾아오는 식사시간이 아주 고역인데
시간이 흐르면 뭔가를 배울 수 있을까
국이라도 따스하게 끓여 드려야 하는데
이것을 어찌하면 좋단말인가

어머니 이렇게 진지상을 차려도 좋은지요
어머니의 공백이 너무나 크옵니다
어머니는 사랑으로 진지상을 올리셨지만
어머니가 계시지 않으니 슬픔의 연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