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Snake River에 몸을 띄우고/배중진

배중진 2011. 10. 25. 17:46

Snake River에 몸을 띄우고/배중진

거센 물결에 몸을 맡겼다
슬픔을 강물에 띄우고
시간이 흐르듯 사라지기를
간절히 소원하였지만

슬픔은 둥실둥실 갈 곳을 몰라했고
아무리 현실을 부정하여도
눈물은 넘실넘실 눈가를 타고 내렸으며
남들에게 보이지 않으려 감출수록

흰머리 독수리의 눈에 먹이가 보이듯
감출 수가 없었으며
강 옆의 높은 나무에 걸터앉아
흘러가는 나그네들을 주시하고 있었고

비버의 날카로운 이빨로 갉아 놓은 나무들이
대책 없이 쓰러져 있는 것도 있고
간신히 거대한 몸통을 지탱하기도 하는데
언젠가는 슬픔에 겨워 탁 쓰러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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