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는 쏟아지고/배중진
구슬픈 옛노래를 듣지 않으려고 했던 것은
미국에 유학오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다가
어느 때부터 흘러간 노래를 듣는 순간
눈물이 앞을 가리는 습관 때문이기도 했는데
어머니 생각이 하 간절하여 잠자리에 누워서
골든 애창가요 베스트를 틀었는데
목포의 눈물, 타향살이, 애수의 소야곡, 그리곤
불효자는 웁니다까지 내려오니 뜨거운 눈물이...
그렇지 않아도 섬광이 번쩍거리며 감은 눈을 녹이려 하는데
눈물이 넘쳐 눈가를 따라서 베개를 적셨으며
누가 들을세라 조심하면서 천둥과 번개의 힘을 빌려
급기야는 후련하도록 눈물을 쏟고야 말았는데
어쩌면 노랫말이 가슴을 꿰뚫고 있을 수 있을까
나 혼자만이 당하는 기가 막힌 사연이 아니었구나
다들 황망히 가셨던 부모님들을 잊지 못하는구나
말들은 하지 않았지만 다들 상처를 부둥켜안고 살지 싶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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