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거미도 하루를 즐기는데/배중진

배중진 2011. 10. 14. 06:37

거미도 하루를 즐기는데/배중진

창문을 여니 거미가 내려왔다가
기겁을 하고 올라가고 있었는데
기가막힌 솜씨로 줄을 타고 있었으며
죽은듯이 멈췄다가 또 올라가는 모습은

아무리 유격대의 조교가 시범을 보인다며
멋진 모습으로 쉽게 올라간다한들
저 작은 곤충의 재주에 어떻게 견주랴
새들의 눈을 피해 죽은시늉까지 하는데

다들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왔지 싶었고
날씨가 얼미니 좋았으면 모처럼 나들이 하여
인간의 눈에까지 띄었을까 생각도 했고
움직이기에 보이는 것들이 많기도 했는데

그 많은 새들은 자유분방하면서도
서로를 피해서 마음껏 잘도 날아다니고
상하좌우로 빠르게도 느리게도
갖가지 괴성을 지르며 가을 하늘을 가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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