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속삭임/배중진
광활한 대지를 덮고 있는
옥수수 밭이 신기하기만 하여
가까이 다가가니
밀어를 속삭이고 있었지요
보기에는 삭막했지만
바람에 부시덕거리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자상하게도 들려주네요
흙속에서 서로 쫑알대던 일들
서로 키를 재어보던 시절
어린나이에 수염이 자라나 서로 키득거리고
땀같은 알갱이들 겹겹이 덮어주던 일들을
등에 업었던 아이들을 떠나 보내고
언젠가는 싹둑 베어 없어지겠지만
말라 앙상하고 생기는 없어도
푸른 가을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