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4

덩치가 커서 슬픈 날짐승이여/배 중진

배중진 2014. 12. 18. 02:58

덩치가 커서 슬픈 날짐승이여/배 중진

 

고요한 연못에 오리들이 화기애애하게 몰려다니는데
느닷없이 거대한 날짐승이 연못에 도착했고
풍비박산 오리들의 놀란 가슴에선 꽥꽥거리는 괴성이 쏟아지고
왜가리가 앉은 곳으로 수백 마리가 물밀듯 몰려간다

 

캐나다 구스가 앞장서 적을 퇴치하려는 듯 물려고 덤비니
본의 아니게 평화를 깨트렸음을 자각한 왜가리는 멈칫 물러서서
일당백 수적으로 불리하여
물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하고 뻣뻣하게 한참 서 있네

 

목이 말라 날아왔건만 물 한 방울 얻어먹지 못하고
도망 다니는 신세로 전락했으며 옮기는 곳마다
오리들이 기를 쓰고 전함같이 새까맣게 몰려가면서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울분을 토하려는 듯 씩씩거리네

 

멀리에서 날아와 필요한 음식을 훔쳐먹고
안전하게 멋대로 놀다가 위협을 하듯 위압적인 자세로 또 사라지니
좋아할 새들이 누가 있으며 단체로 작은 오리들이
고함을 지르며 쫓아다니는 것 절대로 무리는 아니리라

 

 

 

 

 

 

 

 

 

 

 

 

 

 

 

 

 

 

 

 

 

 

 

 

 

 

 

 

 

 

 

 

 

 

 

 

 

 

 

 

 

 

 

heron 왜가리
egret 해오라기

 

고요한 연못에 오리들이 화기애애하게 몰려다니는데
느닷없이 거대한 날짐승이 연못에 도착했고
풍비박산 오리들의 놀란 가슴에선 꽥꽥거리는 괴성이 쏟아지고
왜가리가 앉은 곳으로 수백 마리가 물밀듯 몰려간다

캐나다 구스가 앞장서 적을 퇴치하려는 듯 물려고 덤비니
본의 아니게 평화를 깨트렸음을 자각한 왜가리는 멈칫 물러서서
일당백 수적으로 불리하여
물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하고 뻣뻣하게 한참 서 있네

목이 말라 날아왔건만 물 한 방울 얻어먹지 못하고
도망 다니는 신세로 전락했으며 옮기는 곳마다
오리들이 기를 쓰고 전함같이 새까맣게 몰려가면서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울분을 토하려는 듯 씩씩거리네

멀리에서 날아와 필요한 음식을 훔쳐먹고
안전하게 멋대로 놀다가 위협을 하듯 위압적인 자세로 또 사라지니
좋아할 새들이 누가 있으며 단체로 작은 오리들이
고함을 지르며 쫓아다니는 것 절대로 무리는 아니리라

 

yellowday2014.12.18 10:13 

머리에 붉은 모자를 쓴건 두루미인가요?

 

데상/김광균

1
향료를 뿌린 듯 곱다란 노을 위에
전신주 하나하나 기울어지고
머언 고가선 위에 밤이 켜진다.

2
구름은
보랏빛 색지 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

목장의 깃발도 능금나무도
부을면 꺼질 듯이 외로운 들길.

 

데생:소묘. 형태와 명암을 주로 하여 단색으로 그린 그림.

 

소재는 전신주, 구름, 들길. 그 소재를 통해 정적을 그려내고 있음.
주제는 해 질 무렵의 아름다움과 고독감.

 

오솔길님 블러그에서

※김광균(1914~1993):경기도 개성 출생

1934 년 `자오선`을 통해 등단, 김기림 등이 제창한 이미지즘의 시작방법을

받아들여, 감각적인 언어로 시의 회화성을 잘 구사하였다. 그는 다른 모더니스트

들과 달리 온화한 주정적(主情的) 경향의 작품을 썼다. 시집에 `와사등`

`기항지`가 있다

 

그림도 그렇고 글도 마찬가지로 아름다움이 있으면서도
고독감을 느끼게 합니다. 하루를 보내면서 마지막으로
눈이 부시게 찬란함을 발하다가 불이 꺼지듯 식어가지만
내일의 희망을 위해선 휴식도 필요하리라 생각도 하지요.
멋진 성탄절이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