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돼지/배중진

배중진 2011. 8. 25. 11:47

돼지/배중진

심술궂은 돼지가
뒤집혀 자는 돼지의 발가락을 빠니
단잠에 취한 돼지가 기겁하고
간지러워 몸을 뒤트는데

그것이 재미있는지
계속하여 입으로 가져가
빨고 또 빨고
신기하게만 보였고

옛날 친구들이 같이 잠을 잘 때
한 친구가 꿈속에서 뭔가를 맛있게 빨다가
아쉬움에 입을 쩝쩝거리며 깨어나서
옆에 자는 친구의 더러운 발가락을 보니

아주 뽀얗게 변해있더라는 말을 듣고서
모두가 포복절도하던 일들을 생각케하니
저절로 그 친구들이 생각이 나고
이렇게 더러운 냄새가 나는데도 싫지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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