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방앗간/배중진

배중진 2011. 8. 25. 11:40

방앗간/배중진

기계들이 힘들게 넘어가지만
소리와 냄새가 좋았고
물이 사방으로 튀고 있었으며
씩씩하게도 연기를 뿜어 날린다

어릴 적에 매연을 생각했으랴
단지 인간의 힘으로는 부치니
척척 알아서 움직이는 기계가 고마웠고
필요한 것만 제공하면 일을 쉽게 마쳤으니

관리만 잘하면 되었고
안전에 신경만 쓰면 문제가 없었으니
그야말로 산업혁명이라 말할 수 있으리라
남는 시간을 다른 곳에도 쓸 수 있는 여유도 생겼지

온종일 귀청아프게 돌아가는 기계 옆에서
냄새도 맡고 물이 순환하는 것도 보면서
배고프면 쌀을 주머니에 두둑하게 담아와
먹기도 했었던 시절을 오늘 만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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