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호기심/배중진

배중진 2011. 8. 25. 11:36

호기심/배중진


진작 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것 하나로 이제껏 달려왔지 싶기도 하고
아직도 달려야 할 시간은 남아있고
씨가 되어 떨어지기까지는 풀리지 않겠지

찬바람이 몰아쳐 움츠리고 있었어도
눈 하나 내밀고 눈치를 살피고
상대방의 동정을 살피며
능글맞게 뿌리를 내밀어 보더니

그것도 모자라 고개를 들어보고
답답한 암흑 속에서 풀렸으면 만족하련만
지나가는 모든 것들에 관심을 두더니
가장 좋을 것만 같은 색의 옷을 가려 입고

이웃의 호기심을 발동케 하더라
호기심은 호기심을 또 낳고
그동안 궁금함을 벌을 불러 물어보고
나비를 불러 진지하게 토론도 하더니

만족하는 모습으로 활짝 날개를 펴고
성대하게 시끌벅적 잔치를 벌여서
빈손으로 보내는 빈틈을 보여주지 않고
완벽하게 챙기고 챙겨주더니

다음은 무엇이 궁금할까
귀를 활짝 열고 마음을 비웠구나
그래 여름내내 가을을 기다렸으니
이젠 굳게 오므려 쉼을 가져봄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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