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4

아버님/배 중진

배중진 2014. 11. 22. 23:17

아버님/배 중진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이유로

처음 만났어도 즐겁게 눈과 목인사 나누고

버스에 몸을 싣고 목적지로 향했는데

성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지만

 

안내원의 지시에 따르고 협조하며

아무런 불상사 없이 여행 기분에 젖어들었고

약간은 버스에서의 좌석과 식사시간 좌석 배치로

불편함은 있었어도 무리 없이 5박 6일 헤쳐나갔는데

 

젊고 말쑥한 멋쟁이 서울 아가씨가 혼자 셀카봉을 높이 쳐들어 앞세우고

나이를 아는 것도 아닌데 아버님이라고 대뜸 불러와

공연히 기분이 이상해지고 벌써 그런 위치에 놓였나 생각도 했지만

싫지는 않았으며 친밀한 느낌도 들었는데

 

여행 막바지 뉴욕에 들어오니 이제까지의 자연환경에서

밀치고 붐비는 밤거리를 밝은 네온사인 찾아 헤매다가

무서우니 같이 다니자고 제안을 해오며 몸을 부딪쳐와

움찔하면서도 자상하게 이곳저곳을 안내했는데

 

아무 의미 없는 단순한 몸동작이었지만

젊음이 부러웠고 혼자서도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도전정신이 가상했으며

붙임성이 좋아 어느 곳에 가도 원하는 것 얻을 수 있고 대접을 받을 수 있겠기에

짧은 인연이었지만 즐거운 여행이었고 자신을 약간 낮추면 주위가 밝아짐을 볼 수도 있었는데

 

왜냐하면 우린 같은 한민족이고 몇 사람 거쳐 통성명하다 보면

다 얽히고설킨 사회라서 금방 상대를 알 수 있게 되니

처음부터 콧대 높이고 안하무인격 한다면 본인에게도 손해요 분위기도 엉망이 되니

올바르고 떳떳한 일만 찾아 행하고 눈웃음 띠며 조용히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가족같이 되어 있으리라

 

 

 

 

 

 

 

 

 

 

 

 

 

 

 

 

 

 

 

 

 

 

 

 

 

 

 

 

 

 

 

 

 

 

 

 

 

 

 

 

 

 

 

 

 

 

 

 

 

사진은 퀘벡시입니다. 10/30/2014

 

yellowday2014.11.23 07:34 

하마트면 며늘이 생길뻔 했군요. 아버님이란 호칭은 며느리가 부르는 호칭이니까요~
여행이 한결 재밋었겠습니다. 제이님 ㅎ

 

이름 대신 조로 불렸던 관광객들/배 중진

40명이 넘는 여행객을 인솔하고 떠나는 관광버스에서
안내원은 처음엔 이름을 불렀었는데
어느 순간 번거로움을 피해
조를 편성하여 24조까지 호명했으며

다음 기착지로 떠나는 순간엔
1조부터 부르기 시작 누가 빠졌는지 확인하곤 했는데
부드럽고 효율적인 면에서는 좋으나
5박 6일 여행이 끝나도 상대방의 성조차도 모르게 되더군요

붙임성이 있는 여성분들은 금세 언니, 동생 따지고
이름도 부르면서 가리는 장벽을 쉽게 없애버렸지만
남성들과 부부 동반한 사람들은
멋쩍어 또는 말을 나눌 수 있는 단짝이 있기에

구태여 벽을 허물지 않아도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며 배우는 데는 하등의 지장이 없어
예의를 갖추며 일정한 거리를 두고 뱅뱅 돌아
쉽게 융화가 되지 않았기에 아쉬웠는데

헤어지면서 잘 가시라는 인사도 없이 사라진 사람들이 많았으며
이메일이나 전화번호를 건네주고 연락하라는 주소록도 보이지 않았고
같이 먹고 마시고 춤을 추며 아쉬워하는 이별의 연회도 없었으니
한민족이라는 공동체로써 끈끈한 정이 못내 아쉬웠던 여행이었다

 

셀카봉
셀피스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