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09

호박꽃 당신/배 중진

배중진 2009. 6. 30. 01:28

호박꽃 당신/배 중진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뭐하긴..."

"그런데 너는 왜? 툭하면 나만 보고 호박이라고 부르는지?"

"그냥, 특별한 구석이 없어서..."

"그러면 내가 너를 작대기라고 불러도 괜찮겠니?"

"그건... 갑자기 뜬금없이, 작대기가 뭐니?"

"오는 정 가는 정이라고 했잖니!"

"니가 나를 그렇게 부르면 나도 너를 그렇게 부르겠다!"

"공평하고 사이 좋게시리."

"그런데 호박꽃이 어때서?"

"보기만 좋고 꽃잎이 커서 탐스럽고 색깔이 저토록 노랗게 나올 수가 없는데."

"알기를 우습게 아네!"

"이 다음 가을에 호박을 보면, 생각을 고쳐먹어야 할걸?"

"그래서 나보고 어쩌란 것인데?"

"그건 그렇다 치고 니가 하는 일이 무엇이 있느냐? 이, 작대기야!"

"마른 땅에 백 번 꽂아놓고 물과 거름을 주어봐라, 티눈 하나라도 나오는지?"

"아니, 정성스레 백팔기도를 드려보아라! 무슨 좋은 소식이 실낱같이 오는지."

"네 꼬라지를 정확하게 알고..."

"다시 나를 찾아오거라!"

"이, 작대기야!"

 

yellowday2016.05.28 23:40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고운법인데~
이쁜 이름도 많은데 왜 호박과 작대기로 부르면서 다투는지~ㅎㅎ

 

Chris2021.10.16 09:51 

블로그 활동을 왕성하게 하시는 분의 첫글을 읽어 봅니다.
초심을 엿볼 수 있다고 할까요?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계속 정진하시고 발전하시기 기원합니다.

 

2021.10.16 13:03

제가 잘 아는 분이 바른말을 잘하는 분이었지요.
할아버지와도 말다툼하는 것을 보았답니다.
고혈압이 높으셨는데 200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대들던 손자였지요. 몸이 약해 약을 먹이려면
어르신 두 분이 숟가락을 입 안쪽에 넣고 벌려야
입을 벌릴 둥 말 둥 하면서 삼키는 것도 보았고
고희가 넘었는데도 부정선거 반대에 앞장서 둘 아니면 셋이서
투쟁하고 농성하는 것을 사진을 통해 보았답니다.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는지 그것도 궁금하더군요.
항상 바른말을 잘했었는데 끝내 그런 사람으로 되어가고 있어
성격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멋진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2021.10.16 12:39

중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잘 사용하시는 이름이었고
저한테도 그렇게 부르셔 지금도 잊지 않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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