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09

오리나무/배 중진

배중진 2009. 10. 4. 21:17

오리나무/배 중진


찌기도 하고 너무나 조용하기만 했던 여름날
지금 생각하니 습기가 높아 짜증이 났던 날이었다
공부한다고 사랑방에서 두꺼운 솜이불을 의자 위에 씌우고
뒹굴고 있는데

천지를 뒤흔드는 펑소리가 나고
동네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산으로 몰려가고 있었고
동작이 느리고 아직 졸리기만 해
뒤늦게 옹달샘 근처까지 달려가니

임시로 만든 거적에 2년 선배가 눕혀 내려오고 있었으며
단말마적 비명이 터진 입에서 붉게 흘러나오고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붉고 검기만 했었고
들리는 말로는 오리나무가 범인이었다

그 어린 초등학교 4학년생이
소를 근처에 방목하고
윙윙거리는 송전탑에 끝까지 올라가
젖은 오리나무로 몇만 볼트나 되는 전깃줄을 내리쳤고

딸려가선 피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빼앗기고 굉음과 동시
그대로 떨어지면서 두어 번 철주에 걸쳤다가
바닥이 움푹하게 패일 정도로 심하게 떨어졌단다
그때까진 몰랐지만 그것이 죽음이었다

조치원, 청주를 거쳐 큰 병원에 갔지만
그 여린 생명을 살려내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한국의 병원실정이었다
아니 그 어떤 시설이 더 좋은 곳이라도 불가능했으리라

그 슬픔이야 오죽했겠느냐마는
천둥과 번개가 세상을 갈기갈기 찢어 놓고 소나기가 한바탕 쏟아져 내려
그 한 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요란한 제식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오리나무/배 중진

찌기도 하고 너무나 조용하기만 했던 여름날
지금 생각하니 습기가 높아 짜증이 났던 날이었다
공부한다고 사랑방에서 두터운 솜이불을 의자위에 씌우고
뒹굴고 있는데

천지를 뒤흔드는 펑소리가 나고
동네사람들이 산으로 몰려가고 있었다
동작이 느리고 아직까지 졸립기만 해
뒤늦게 옹달샘근처에 가니

임시로 만든 거적에 2년선배가 눕혀 내려오고 있었다
신음소리가 터진 입에서 붉게 흘러나오고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붉고 검기만 했었다
들리는 말로는 오리나무가 범인이었다


그 어린 초등학교 4학년생이
소를 근처에 방목하고
윙윙거리는 송전탑에 끝까지 올라가
젖은 오리나무로 몇 만볼트나 되는 전깃줄을 내리쳤으니..

딸려가서 피를 빼앗기고 굉음과 동시
그대로 떨어지면서 두어번 철주에 걸쳤다가
바닥이 움푹하게 패일정도로 떨어졌단다
그때까진 몰랐지만 그것이 죽음이었다

조치원, 청주를 거쳐 병원에 갔지만
그 여린 생명을 살려내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한국의 병원실정이었다
아니 그 어떤 시설이 더 좋은 곳이라도 불가능했으리라

그 슬픔이야 오죽했겠냐마는
천둥번개가 치고 소나기가 한바탕 쏟아져 내려
그 한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요란한 제식을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2014.06.12 01:52

다만 보리타작 할 때 그 까칠까칠한 보리 가시가 옷 속으로 들어와서 괴롭히던 기억만 없다면

 

껄끄러운

 

아들을 잃은 연로하신 아저씨는 술만 마시면 아들을 잊지 못해 눈물의 타령을 하시는데
얽은 코를 잊을 수 없었고 술 생각이 나시면 우리 집으로 찾아오셔 막걸리를 쭉 들이키시는
모습이 생각이 난다. 귀가 매우 크시더니 장수하셨지 싶었고 그렇게 연세가 많으신데도
깔을 한 짐씩 베어오시곤 하셨단다.

 

수정, 교정했으며 다시 복사할 것.

 

형은 달리기를 얼마나 잘하는지
3학년 대표 선수를 저만치 앞에 뛰게 하고도 달려가서
먼저 목표지점에 달하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답니다.

 

솔흘고개에서 시냇물이 흐르던 다리까지 시합하더군요.
후배가 조르니 마지못해 응했는데 그렇게 빠를 수가 없었지요.

 

군호, 지호

 

또 하나는 축구 잘하는 친구가 선배한테 도전했는데
동네 경로당 근처에서 1년 선배가 앞서는 것을 보았던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답니다.
친구는 말이 없어도 담이 크고 운동을 잘했던 친구였지요. 그의 아들은 대학교에서
축구를 했습니다.

 

용구, 춘진

 

2014.06.12 02:59

초등학교 때 일요일 아침마다 마을 길 청소하러 나오라고 선배들이 종용하고는
신작로에서 달리기 시합을 시키곤 했는데 어찌나 숨이 차고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웠는지 모른답니다. 이런 것이 싫었는데
시키니 어쩔 수가 없었지요. 모래에 간질간질하던 발바닥이 닿는 촉감은
좋았지만 경쟁하는 것을 즐기지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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