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09

애타는 밤/배 중진

배중진 2009. 12. 31. 03:02

애타는 밤/배 중진


옹기종기 둘러앉아 다리를 이불 속으로 쭉 뻗으니
벌써 깊숙하게 타들어 가는 촛불이 너울거리며 춤을 춘다
눈이 두툼하게 내려 허우적거리는 발걸음도
우리 동심이 뛰어노는데 아무런 장애를 주지 않았었지

깊은 산 속의 옹달샘을 찾아 물을 길어오는 이웃 아낙네의 모습에서
눈도 보고 얼음도 보고 땀도 볼 수가 있었고
무척 이나도 가느다란 허리를 지녔던 모습이 눈에 선하며
그 힘든 일을 척척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위대하던지

가진 것 없는 자들에게 명절은 왜 그리 자주 찾아오는가
우린 잘 먹어서 좋지만 준비하시는 여인들의 심정을 어찌 모르겠나
따스한 물도 없이 얼음이 섞인 찬물로 일일이 씻고 다듬고 준비하는 중노동으로
구부러진 허리 펼 여유도 없으며 치맛자락이 질질 끌리는 것도 모른다

밤이 와야 좀 편한 시간이 되지만 밤은 밤대로 두 손을 놀게 하지 않는다네
콩도 고르고 팥도 구분해서 다가올 설에 써야 하니 잠자리에 눕기까지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투박한 손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그믐날 까맣게 애타는 심정 촛불은 이해하리라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새해라고는 하나
기뻐 날뛸 수 있는 여건이 못되니
그저 새벽 닭이 울 때만 기다리며
문풍지에서 나는 삭풍과 천장 속의 서생원들 놀음소리에 그믐밤은 깊어간다

 

yellowday2016.03.18 14:38 

그믐밤에는 밤새 등을 밝혀놓고
아침 차례상에 올릴 떡국꺼리를 썰며
설빔이 입고싶어 꺼내보고 또보고
마음 설레이던 시절이 있었네요. 제이님 글을 읽고보니~~``

 

애타는 밤/배중진

옹기종기 둘러앉아 다리를 이불속으로 쭈욱 뻗고
벌써 깊숙하게 타 들어가는 촛불이 너울거리며 춤을 춘다
눈이 두툼하게 내려 허우적거리는 발걸음도
우리들 동심이 뛰어 노는데 아무런 장애를 주지 않았었지

깊은 산속의 옹달샘을 찾아 물을 길어오는 이웃 아낙네의 모습에서
눈도 보고 얼음도 보고 땀도 볼 수가 있었다네
무척이나도 가느다란 허리를 지녔던 모습이 눈에 선하며
그 힘들은 일을 척척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위대하던지

가진것 없는 자들에게 명절은 왜 그리 자주 찾아오는가
우린 잘 먹어서 좋지만 준비하시는 여인들의 심정을 어찌 모르겠나
따스한 물도 없이 얼음이 섞인 찬물로 일일이 씻고 다듬고 준비하는 중노동으로
구부러진 허리 필 여유도 없으며 치맛자락이 질질 끌리는 것도 모른다

밤이 와야 좀 편한 시간이 되지만 밤은 밤대로 두손을 놀게 만들지 않는다네
콩도 고르고 팥도 구분해서 다가올 설에 써야하니 잠자리에 눕기까지는
너무나 많은것들이 투박한 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믐날 까맣게 애타는 심정 촛불은 이해하리라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새해라고는 하나
기뻐 날뛸 수 있는 여건이 못되니
그저 새벽 닭이 울때만 기다리며
문풍지에서 나는 삭풍과 천장속의 서생원들 놀음소리에 그믐밤은 깊어간다

 

*다시 복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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