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09

바가지/배중진

배중진 2009. 10. 7. 11:47

바가지/배중진


돼지우리엔 두마리의 돼지가 있었네
하나는 내가 키우는것이요
다른 한마리는 동생이 키우던것이다
크게 차이를 두지는 않았고 그저 그렇게 관리를 했었지 

돼지우리 위엔
박이 올라가고 있었는데
달밤에 보면 더 멋이 있었다
하얀 박꽃과 항상 하늘로 치솟아 있는 줄기와 순으로

몇 살이었을까
촐랑촐랑 벼심는 논에 따라가서
바가지에다 밥을 먹었던것이
그야말로 대갈통만한 바가지 였는데

지금도 생각나는데
논뚝에 걸터앉아 먹었던 그 맛은
지금 50년이 지났는데도
잊지못함은 무슨 조화인가

그때는 바가지 요금도 없었고
바가지 머리 모양도 없었으며
바가지 긁는 소리도 없었으니
바가지에다 먹는 음식맛이 천하 제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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