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아카시아 꽃/배중진

배중진 2011. 5. 27. 04:18

아카시아 꽃/배중진

혹독한 겨울을 보냈기에
남들은 잎을 피우고 꽃도 피웠지만
아카시아 고목은 아직도 늦잠이다
아니 영면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안타까운 마음 뿐이었지만
어떻게 할 수 있다는 방법도 없었는데
향기가 코끝을 훔치고 지나갔다

잊고 있었던 고향의 향기였기에
가슴을 크게 만들어 깊게 들이마시며
떨군 고개를 들어보니
그곳엔 하이얀 꽃들이 대롱거리고 있었지요

누가 누구를 반기는 것인지
코를 킁킁거리며 미친 듯 배회하고
그자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잊으려 했던 마음이 너무 죄스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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