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미시시피강의 분노/배중진

배중진 2011. 5. 27. 03:46

미시시피강의 분노/배중진

물은 욕망을 버리고 몸을 낮췄으며
후발자를 의식해서 자리를 비웠다
속박과 미움과 집착도 버리니
잡념도 사라지면서 시원함으로 흐른다

가야할 길을 그저 가는 것뿐
앞에는 아무 두려움도 없었으며
뒷끝도 깨끗했고 탈이 없었다
남을 해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기에

그러면서 수 천년동안 길을 만들고
서두름도 없이 방황도 하지 않았고
쉬고 싶어도 쉬지않고 본분을 다 하는데
언제부터 노폐물이 쌓이기 시작하더라

목을 조여오고 길을 막았으며
온갖 더러움으로 색이 짙어만 가고
악취가 나서 도저히 흐를 수가 없어
지난 세월이 그립기만 하여 치를 떨었고

강력한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다고 지진과 허리케인과 토네이도를 같이 불러
가혹하게 쑥대밭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고
자연스럽고 도도하게 옛길을 찾아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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