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빨래/배중진

배중진 2011. 5. 17. 02:04

빨래/배중진

미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예기치 않은 일거리가 생겼다
부모님 밑에서 생활할 때는
홀랑벗어 구석에 처박아 놓으면 됐었는데

이제는 땀에 젖어 쪼들은 옷들을
세탁기에 넣고 돌려야 하는데
그때마다 어머니 생각이 간절하고
너무 편하게 살지 않았나 반성도 하지요

그렇다고 귀찮다고
냄새나며 더러운 옷을 입고 나다닐
용기를 가진 것도 아니니
남들 하는대로 쫓아 갑니다

여기에서 남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되는데
자기가 사용한 후 깨끗이 청소하여
뒷사람이 불평 한 마디 없게 만드는 사람과

반면 될대로 되라
빨은 옷만 가지고 부리나케 사라지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고 삶이 쉽다고 헤헤거리지만
그 기계를 자기가 또 다시 사용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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