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손에 부엌칼이/배중진
동네에 환갑잔치가 벌어졌고
인근동네에서 알만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찾아와 술판이 벌어졌고
기생들이 살판나게 흥을 돋군다
겁없는 젊은 애들도 구석에 숨어서
시시덕거리며 삭쓸이를 한다
간장, 고추장등도 남아있질 않고
고기가 보일라치면 거칠은 손이 춤춘다
친구들에게 맛있는 것은 양보하고
그들의 허둥대는 모습만 보는 것도
즐거움이었던 시절이었으며
같이 술을 마시기까지하니 왜 즐겁지 않으랴
문제는 여기서 부터 시작되었는데
타동에서 몰려온 선후배 동기들이
깡패같이 굴던 시절에 그들의 눈에
타지에서 이사온 친구가 걸린 것이다
그들은 행패를 부리다가
급기야는 친구까지 몰매를 줬는데
그냥 맞을 친구가 아니었고
급기야는 남의 부엌으로 뛰쳐 들어가
상상도 못할 부엌칼을 들고 나왔고
주먹을 휘두른 녀석들을 쫓고 있었으며
다정한 친구를 잃게 생겨
달려가서 낚아챘다
친구로 알고 친구가 다급하게 잡으니
그도 분한마음을 삭이느라 씩씩거린다
억울해도 참으면 그뿐이다
그 자리를 피하면 내일이 밝아지기에
2011.11.18 12:05
뛰쳐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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