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깨질/배 중진
고약한 할머니가 계셨었는데
증조할머니의 등에 업혀 찾아간 곳이
하필이면 그곳이었으며
대뜸 "증손 귀여워해서 나오는 게 뭐가 있어요
덩치도 커서 혼자 걸어 다닐 만도 한데"
수십 명이 주~욱 둘러앉아 전쟁 치르듯
조반을 들고 있었는데
눈깔사탕 하나 얻어먹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것이
눈총으로 배가 불러왔으니까
어찌 그 집을 빠져나왔는지
알리도 없는 것이
빨간 양철지붕에
마당에는 밀인지 콩인지 깔렸고
그 위에 딸 하나를 엎어 놓고 도리깨질을 하고 있었다
무슨 잘못이 있었는지
검은색 교복을 입은 단정한 단발머리 여고생이
가방을 붙잡고 울며불며 매달리고
그 어머니는 책을 찢고 태우겠다고 펄펄 뛴다
그 도리깨가 나한테 날라오지 않은 것을 감지덕지하며 악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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