具色/배 중진
늦게 오는 봄을 투정하고 성화 부리면서도
우리야 마냥 기다리면 되겠지만
동면에서 깨어난 것이 먼저인지 아니면
배가 고파 깨어날 수밖에 없는 짐승들과 파충류들인지
한참 늦었지만 그래도 오늘은 매우 좋은 날
엉금엉금 기어 나와 먹이를 찾는데
개구리는 물속에서 네 다리를 펼친 채 얼굴만 빼쭉이 내밀고
혀를 날름거리며 뱀은 스르르 거침없이 다가오네
인간을 보고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독이 없어 아이들이 자주 찾는 곳에 방치한 탓인지
허물없는 것은 좋으나 그렇다고 징그럽게 다가오니
황급히 자리를 박차고 옮길 수밖에
그것이 재미있는지 두 마리의 뱀은 돌고 또 돌고
인간은 발밑을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사진기의 초점을 맞추느라 거리를 재고 또 재고
아이들은 몰려왔다가 또 몰려가며
점점 봄은 무르익어 가고 있었고
자리 좋은 이곳이 이 정도의 봄을 갖추었다면
어두운 자리의 우리 마을에서도
너나 할 것 없이 곧 구색을 갖추겠지
비가 온 뒤의 모습이
햇빛을 받아 더욱 아름답습니다.
얼레지는 자주 들었던 이름이 아니랍니다.
멋진 꽃을 잘 소개해주셔 감사드리며 즐거운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분재가 아니면 저렇게 많은 꽃을 작은 나무에서 볼 수 있겠나 생각도 했답니다.
영산홍의 아름다움 다시 느끼며 멋진 봄날이 되시기 바랍니다.
비어있는 고궁에도 저렇게 봄이 가득 찼네요.
아무리 담이 높아도 스스럼없이 찾아들고
추상같은 임금이 호령하던 곳이었어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까치들은 전할 것도 없으련만 목청을 높이고 있고요.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개의치 않고
봄 선물인 생기를 듬뿍 안겨주며
잘 선택하는 자만이 풍성한 가을을 맞이할 테니
어렵다 생각하여도 미래를 심었으면 한답니다.
멋진 봄날이 되시기 바랍니다.
고궁의 봄/배 중진
쌩하니 칼날 바람이 불어와도
숨을 곳이 없는 넓은 古宮에
어느 사이 파릇파릇 능수버들 축 늘어지고
흥겨운 가락은 없어도 경회루 물결은 출렁이네
비어있는 곳에도 저렇게 봄은 가득 들어찼고
아무리 담장을 높여도 스스럼없이 찾아들고
추상같은 임금이 호령하던 곳이었어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까치들은 전할 것도 없으련만 목청을 높여 쩌렁거리네
천 년을 살까 아니면 백 년을 살겠는가
짧은 순간 살다가는 인생이거늘
명령이 다 떨어지기도 전에 인물은 사라지니
이 어찌 허무하다 하지 않을쏜가
그 당시 영화는 간데온데없고
거대한 궁궐 생기를 잃고 자리를 지키지만
후손에게 찬란한 문화를 유산으로 남기고
과거의 일을 거울삼으라는 훈계도 잊지 않네
늦은 봄이지만 그래도 양지쪽은 하얀 목련이 피었음을 어제 발견했답니다.
자목련은 봉오리만 맺혀있어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 생각도 들어 이들의
생존본능에 감탄도 했지요. 멋진 사진 잘 감상했습니다. 즐거움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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