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4

홈통과 악마의 저주소리/배 중진

배중진 2014. 3. 14. 13:13

홈통과 악마의 저주소리/배 중진

 

지붕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이 알리오마는

봄이 올까 말까 하다가 급선회하여

다시 북풍 설한이 몰아쳐 불어오면서

강풍으로 변하여 모든 것을 덜렁거리게 하네

 

일단은 찬비가 내리면서

더운 기운을 깡그리 앗아가고

바람은 속도를 내면서 거칠 것이 없더니

큰 소리를 내면서 뭔가 부서지는데

 

침묵으로 일관할 수 없는 불안감으로

변화가 일어났음이 틀림없기에 소리 나는 쪽으로 갔더니

긴 홈통이 처마에서 다 떨어져 나와 간신히 걸렸는데 

이쪽마저 떨어지면 밑에 있는 에어컨 위를 내리칠 기세라서

 

찬비로 얼음까지 얼은 마당에

옥상에 올라가서 깜깜한 밤중에 끌어내리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지만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사건으로 떨어져 다치기라도 한다면

망신은 둘째치고 생명까지도 위협받을 터

 

참고 잠을 억지로 자려고 했지만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 덜거덕거리면서 벽치는 소리를 들으며 꿀 같은 잠을 잘 수 있을까

자다 깨기를 여러 번 하다 비몽사몽 간에 불길한 악몽만 꾸다 깨고

시계를 아무리 쳐다보아도 도무지 날이 샐 기미가 보이질 않네

 

걱정해서인지는 모르되 홈통은 아침까지도 매달려 소리치며 도와달라고 애원하고

걱정했던 눈은 내리지 않아 도로는 원만하게 소통되어

업자를 긴급으로 요청하니 운 좋게도 잠깐 시간이 있다 하여 올라가서는

밤새도록 애걸복걸하던 것을 불과 5분 만에 해결하여 어찌나 감사하던지

 

그런데 그들이 내려오면서 옥상으로 통하는 문을 잠궜어야 했는데

비상벨에 연결되어 있음을 까마득히 몰랐던 그들이라

방치하고 내려오니 이젠 문이 큰 소리를 내며 몇 번 여닫히다가

동네가 쩌렁거리게 비상벨이 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왕좌왕하니

 

경찰차가 출동하고 건물 관리인이 산소통을 들고 다니며 호흡하면서도 멈추려 해도

평소에 자주 있었던 일이 아니라 멈췄다가 또 파열음을 내면서

아침에 혼을 완전히 쏙 빼놓고 말았는데 혹독한 겨울로 말미암아

봄이 멀리 도망치고 눈이 녹아 고드름이 떨어지더니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음인데

 

이젠 어지간히 여러 사람 놀려 먹었으니 갈 길 찾아 떠나시고

참는 것도 한도가 있는데 자꾸 변덕을 부리니 어떻게 나올지 모르며

좋은 것이 좋다고 중요한 시간에 일 년을 알차게 계획하여야겠지 않겠나

홈통에서 대지를 적시는 희망의 빗물이 뚝뚝 떨어졌으면 한다네

 

 

 

 

 

 

 

 

 

 

 

 

 

 

 

 

 

 

 

 

 

 

 

 

 

 

 

 

 

 

 

 

 

 

 

 

 

 

 

yellowday2014.03.16 17:13 

미국에도 샛노란 복수초가 ~~~~~환하게 피었군요.
스노우드롭도 질세라 봄을 재촉하니 머지않아 눈보라는 시베리아로 돌아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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