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나들이/배 중진
미국 그것도 뉴욕에서 반가운 소식을 접하고
늘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날씨를 탓하며 차일피일 미루다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달려왔지요
모처럼 따스한 영상의 기온이었지만
쌀쌀한 바람은 아직 봄소식이 요원함을 일깨우고
옷을 잔뜩 껴입고 나섰지만
텅 빈 머리를 감싸지 않았기에 더욱 썰렁하고
남들은 매일 출근하는 길을
단 하루 교외선과 지하철을 탔는데
낯설고 두려움 일색이었지만
경찰이 친절하게 매표하는 것을 도와줘 감사드렸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여
아직 허기는 느끼지 못했지만
볼 것이 매우 많아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자주 갔던 프랑스 음식점을 찾다가 우습게 그것도 못 찾았고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안에도 카페가 있기에
크게 염려는 하지 않았지만
밖의 날씨와는 달리 매우 더웠고
입장료는 자유지만 선뜻 $20을 지불하고 표와 영수증을 받았으며
들어서자마자 많이 듣던 친숙한 음성들이 이 구석 저 구석에서 도란거려
그분들도 나와 같이 마지막 심정으로 관람하고 계시겠지 싶었고
본다고 살폈으나 다 끝날 때까지 한국 문화재의 지존인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보이지 않아
다시 끝에서 시작하여 처음으로 돌아가다가
따로 공간을 마련하여 특별하게 모신 유리 상자 속의 국보를 뵈었더니
알 수 없는 미소에 그대로 감읍하며 저절로 두 손이 모이고
계셔도 보이지 않는 중생임을 어찌 아셨는지요
너그러우신 모습에 인자하신 미소
엄지와 검지로 볼을 만지시며 깊게 사유하시는 자태
입술은 굳게 닫혀 말씀은 하시지 않지만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표정
아무 옷도 걸치지 않은 상체를 보여주시며 감출 것이 없다는 태도
작은 불상에서 엄청난 불심을 느낄 수 있었고
외로이 계시지만 많은 중생을 교화하고 계셨으며
황금의 나라 신라에 국한하지 않고 전 세계를 포용하고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가장 뚜렷하게 만방에 알려 한국인의 자부심을 드높였네
맨해튼 나들이가 개인적으론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한국에서 우여곡절 끝에 멀리 날아오신 국보에 비하면 조족지혈이고
오히려 자긍심을 불러일으켜 한국인으로서 몸가짐을 조심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잔잔한 미소를 보내니 짧은 시간 부처님의 뜻을 전파하네
이민 초기에는 열심히들 일하셨고 서로 협조하여 친밀하게 지냈지만
많은 한인이 몰려들면서 서로 헐뜯고 반목하기 시작하였답니다. 한인회가
있는 큰 도시마다 선거 때는 가관이지요. 조용한 곳이 하나같이 없답니다.
서로 시큰둥하게 쳐다보는 수준으로 전락하여 안타깝고 믿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하였답니다. 큰 짐을 짊어지고 조회장님은 막중한 책임을 다하셨지
싶었답니다. 그리고 좋은 일도 많이 하셔 외부에 알려지기도 하였으며
빛나는 상의 수상자가 되어 한인도 주류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음을
보여주셨지요. 그분의 앞날에 영광이 있으시길 빕니다.
조병창 역대 한인회장
Demarchelier
50 East 86 Street
New York, NY10028
212-249-6300
Café, Bar, Restaurant
자주 갔던 프랑스 음식점을 찾다가 우습게 그것도 못 찾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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