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09

이런 가을/배중진

배중진 2011. 3. 1. 03:05

이런 가을/배중진


비, 바람이 삼일을 계속하더니
예상했던대로 가슴아픈 모양을 만들어 놓고
도망치듯 사라졌다
이를 어쩔꼬

낙담과 허무함이지만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비장한 마음으로
한없이 떨어져 수북히 쌓인 잎들마다
깊이 적힌 슬픔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그리곤 나의 고운 마음으로 한장 한장
상처를 보듬어 다시 나무위에 매달어 놓는다
아무리 강한 비,바람이 몰아쳐도
눈보라가 쳐도 그자리에 있도록

이런 싱싱한 가을에는
슬픔도 좌절도
풀지 못하는 인생무상도
단지 전해오는 이야기에 불과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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