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09

나도 왕년에는/배중진

배중진 2011. 3. 1. 02:53

나도 왕년에는/배중진

산을 치어다 보며 미소를 짓는 노부부를 보며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직접 물어 보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따스한 양지쪽에 걸터앉아 두손을 맞잡고
두발에는 스키가 신켜진듯 흔들대고 있었다

함성이 들리는 것일까
바람소리가 귀를 요란하게 하고 있을까
알 듯 모를 듯 얼굴이 상기되는 듯 하였다
지금은 지팡이 없이는 지탱하기 힘들어도

계절마다 찾아오는 눈송이를 맞으며
저 높은 산에서 인생이 쉽다고
그야말로 총알같이 내리 쏟았건만
그 정열도 시들고 철이 이른 이곳에 서서

사랑했던 사람들
다정했던 친구들
따스했던 식구들
불끈했던 젊음들

있었음을 낯설은 외국인과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눈보라를 그리는 걸까
힘들었던 인생을 아쉬워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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