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09

김과 소금/배중진

배중진 2011. 3. 1. 03:01

김과 소금/배중진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살았기에 김이 귀했지
김뿐이던가 뭐든지 넉넉하지는 못했던 시절이었다네
그렇다고 못 살았던 집도 아니지
할아버지께서 면장을 하셨으니 이웃보다야
훨 더 많은것을 갖춰놓고 살았던 것은 사실이지 

귀한것은 비쌋고 맛이 있었으며
사람에게 좋다는것은 누구라도 아는 사실이었지
이때는 영양가를 섭취하는것이 뭔지도 몰랐고
그저 맛과 양으로 판가름 하던 시절이었나 보다
할아버지 밥상을 탐내던 시절이었기도 했지

상이 좋아보이던 할아버지 밥상은
할아버지, 아버지가 마주 앉으시고
우린 빙둘러 앉아 따로 먹지만 많은 수에 비해
반찬이 넉넉하지않아
동생과 같이 경계를 넘나드는데

이런, 김이 나오는 날은
동생과 나는 눈에 불이 들어오듯
더욱 광채가 나고 호시탐탐 노리는 것이
또 하나 더 있었다는 것이지
그걸 마저 먹어야 직성이 풀렸으니 양보는 없다

기름이 자르르 흐르고
밑에는 잉어 그림이 있는 큰 쟁반에
구워진 소금과 냄새도 구수한 찬기름과 부스러기 김
저곳에 밥을 던져 먹는 맛은
동생과 아귀다툼을 할만한 값어치가 충분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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