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쌀독 인심/배 중진

배중진 2013. 12. 24. 02:33

쌀독 인심/배 중진


옛날에는 흰 눈이
밤사이에 탐스럽게 내리곤 했었지요

 

일기예보가 따로 없었고
일기예보라는 것이 있었는지도 몰랐으니

 

경험적으로 하늘 우러러보고 먼 산 바라보며
여러 자연적인 징후를 살피는 것이 고작이었지요

 

밤손님같이 몰래 다녀가고
여우같이 살짝 꼬리를 감추고
올빼미같이 눈부셔 눈을 감아야만 했었던 흰 눈

 

광에는 쌀이 뽀얀 모습으로 독에 가득했으나
어머니만 아시는 비법으로 마무리하셔
누가 쌀을 축냈는지 알 수 있었으며

 

눈이 내리면
덩달아 광에서 인심이 나셨는지도 모르지요

 

옛날에는 누구나 흰 눈이
밤사이에 쌀같이 토광에 잔뜩 쌓이길 꿈꿨으니까

 

 

 

 

 

 

 

 

 

 

 

 

 

 

 

 

 

 

 

옛날에는 누구나 흰 눈이
밤사이에 쌀같이 토광에 잔뜩 쌓이길 꿈꿨었지요

 

쌀독에서 인심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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