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을 그리며/배중진
얼마나 가슴이 떨리던지
얼마나 기다렸던 봄이던가요
얼마나 그렸으면 옷들을 가지런히 정리하여 놓고
얼마나 한숨을 쉬며 저 달을 보고 눈물 지었을까
무정한 님은 삿갓만 쓰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무심함을 눌러쓰고 애매하게 땅을 찍는다
무엇이 바쁘다고 이 고을은 빼 놓았을까
무엇을 그리며 길고 긴 날 그 눈물을 짯을까
봄이 왔으니 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될까
봄처녀 되고 총각되면 누가 뭐랄까
봄기운이 활활 불어닥쳐 모든 것 녹이고
봄내음으로 방안을 가득 달구어나 보았으면
오늘도 동구 밖 눈여겨 보며
오늘도 삽살개는 달을 보며 짖으리라
오늘도 뜬 눈으로 밤새워야 하는가
오늘도 독수공방 눈물로 지새워야 하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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