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동생을 보는 줄 알았는데/배 중진

배중진 2013. 12. 16. 08:20

동생을 보는 줄 알았는데/배 중진

 

그 아이들은 눈밭에서 놀기 좋아했고

넘어지고 뒹굴고 어느덧 눈사람이 되어가다가

자기와 닮은 눈사람을 세워놓고는

입은 넓게

눈도 크게

코는 빨간 거짓말을 밥 먹듯 했기에 빨갛고 길게

머리엔 쥐어박기 좋은 털모자를 씌웠는데

바람이 몹시 불던 날 견디지 못하고 

옆으로 나동그라져 볼품없이 녹고 있어

지나갈 때마다 가슴이 저려

흰 눈이 내리기만 손꼽아 기다려

옆에다 동생인 듯 또 하나 세우려 했더니

눈이 내리는 즐거움도 잠시

쌓인 눈은 너무 무겁고 축축하여

몸뚱어리조차 굴려 만들 수도 없어

이를 어쩐다

동생을 볼 줄 알았는데

그것조차 쉬운 일은 아니어서

흰 눈이 내릴 날을 또 기다려야 하겠네

 

 

 

 

 

 

 

 

 

 

 

 

 

 

 

 

 

 

 

 

 

 

 

 

 

 

 

오솔길2013.12.16 09:30 

안녕하세요 ~ 배중진님~
건강에 유의하시고 우울한 생각이 들 때
착하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꾸시고 축복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남들은 뭐라고 할지 모르지만
어른들은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몰라도
그 이후 또 흰 눈이 내렸답니다
우린 신이 나서 잔디밭에서 뒹굴며
마음껏 놀다가
누가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눈사람을 만들려고
눈을 뭉치기 시작했으며
멋진 남동생과 여동생을
나란히 세우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너무 푸석푸석하고 쉽게 흩어져
아예 손아귀에도 들어오지도 않았지요
실망을 거듭하면서 눈이 뭉쳐질 때까지
예쁜 동생은 며칠 더 기다려야 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