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생때같은 우산을 버려야 했던 심정/배 중진

배중진 2013. 12. 15. 23:35

생때같은 우산을 버려야 했던 심정/배 중진

 

 

눈이 내리는 것을 온종일 바라다보기만 하다가

밤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을

우산을 쓰고 걸어보니 바람이 어찌나 세던지

튼튼하고 넉넉한 새 우산은 결국 집으로 들어오질 못했네

 

허리케인에 시달리는 palm tree같이 홀라당 뒤집혀

사람까지 당황케 했으며 보는 사람이 없어 다행이지

막무가내로 길게 뻗대기만 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

집은 멀리 있지 않았기에 접히지도 않는 것을 버려야 하는 심정

 

집을 나설 때는 이런 일이 발생하리라 꿈도 꾸지 못했는데

막상 버리려고 하니 쓰레기통에 들어가지도 않아

억지로 우산답게 펼쳐보니 살만 보이는 것이 반이나 되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으며 바람을 거슬렸는지

 

비와 싸라기로 얼굴은 따갑고 옷은 금방 젖었으며

우산을 버린 기억이 있는지 생각을 해봐도

잊어서 놓고 온 적은 있지만 생때같은 것을

쉽게 쑤셔 넣고 탈탈거리며 해괴한 날씨를 탓하긴 처음이네

 

 

 

 

 

 

 

 

 

 

 

 

 

 

 

 

 

 

 

 

 

 

 

 

 

 

 

 

 

 

 

 

 

 

 

 

 

 

 

 

 

 

 

yellowday2013.12.16 06:48 

사진속에선 고요함이 이를데 없는데 우산이 뒤집어졌군요.

 

지곡 (꽃바우)2013.12.16 07:33 

안녕하세요?..~♣
내 가슴에 사랑 하나 있다면
그것은 희망 입니다.
마음가득 사랑이 있다면
기쁨과 행복한 세상일 테니까요.
정성 담은 작품에 머물다 갑니다.
새로운 한주 고운 사랑으로 시작하세요.

 

라일락향기2013.12.18 15:16 

선생님 고생하신 덕분에 이렇게 고요한 밤의 풍경을 볼수 있는 호사를 누리네요.
저도 눈이 많이 내리던날 늦은 시간에 아파트 단지를 혼자 돌아 다닌적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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