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빗속의 비둘기 한 마리/배 중진

배중진 2013. 10. 8. 23:34

빗속의 비둘기 한 마리/배 중진

 

가을비가

이슬비 되어 소리도 없이 내리며

가슴을 촉촉이 적시는가 싶었는데

구름은 점점 험상궂은 모습으로 변하다

 

급기야는

시원하다 못해

모든 것 위에 퉁명스럽게 떨어지면서

반발이 심하고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데

 

갈증이 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음료수를 사러 stop & shop 주차장에 정차하고

자동차 문을 언짢은 기색이 역력하게 열며 나오니

측은하게도 그 비를 다 맞고 서 있는 비둘기 한 마리가 보였고

 

떨면서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아

그쪽으로 일부러 비를 맞으며 다가가니

그때야 뒤뚱뒤뚱 서서히 움직이긴 하는데

날아오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아 더 쫓아가며

 

거대한 주차장을 덮고 있는 지붕 밑 처마에는

수십 마리의 비둘기들이 아무렇게나 간격을 두고

듬성듬성 앉아 있는 모습이 보여

그곳으로 날아가서 비를 피했으면 했는데

 

날아오를 힘이 없는지

동료들로부터 따돌림당했는지

사랑하는 파트너와 싸웠는지

영 궁금증이 풀리지 않았으며

 

더 심각하게 강풍과 함께 쏟아지는 빗줄기 소리에

밤도 점점 깊어가며 근심이 쌓이다가도

지금 이곳엔 피할 수 없는 폭풍우가 몰아쳐도

내일 밝은 햇살과 더불어 가을의 창공을 함께 차고 오르겠지

 

 

 

 

 

 

 

 

 

 

 

 

 

 

 

 

 

 

 

 

 

벌써 등장했네요. 여름 지나고 아직 구경은 못 했지만 조만간 집집마다
공공장소마다 장식하리라 생각도 합니다. 멋진 사진 잘 감상했습니다.
즐거운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포인세티아(poinsett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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