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왕퉁이/배 중진

배중진 2013. 10. 8. 02:08

왕퉁이/배 중진

 

달도 동글동글

밤도 동글동글

감도 동글동글

갈도 탱탱 익어갈 때

 

산으로 가을을 찾아

어린 것들이 엉금엉금 기어오르는데

그곳엔 막연하게나마

밤과 감이 있다는 소문이다

 

산감이 없는 우리의 산이기에

마음 놓고 올라가는 동생들

털래털래 쫓아가다가

납작 엎드린 동생들의 핏기없는 표정 위에

 

험상궂은 왕퉁이가

금방이라도 죽일 것같이 협박하며

머리 위를 빙빙 도는데

동생을 구한다고 옷을 벗어 돌리며 뛰어들었으니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벌도 기가 막혔는지 애교로 두 방만 쏘았으나

대갈통이 밤톨이 되어 아픈 것은 둘째치고

쩍 갈라지는 느낌이었고 정신이 없었는데

 

동생들은 그때 일을 기억이나 할까

당해보지 못했으니 알 리가 없겠지

벌어진 밤만 보면 그때 생각이 나고

저 밤도 벌에 쏘여 벌어진 것은 아닐는지

 

 

 

 

 

 

 

 

 

 

 

 

 

 

 

 

 

 

 

 

 

장수말벌

 

건건이
친구 이름과 비슷하여 부르곤 했었는데 건건이라는
단어가 있네요. 우린 편하게 겅거니라고 부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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