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소꿉장난/배 중진

배중진 2013. 7. 21. 14:38

소꿉장난/배 중진

 

찌는 더위를 피해

온종일 뒹굴다가

무료하고 답답하여

단단히 각오하고 나갔는데

 

비장한 만큼이나

열기는 숨을 턱턱 멎게 하고

하늘에서도 먹구름이

참기 어려운지 뭉클 솟아오르는데

 

앞쪽에서

마주 다가오는 아이들 둘에

그들의 엄마가 행진하듯

줄을 이어 오기에 살폈더니

 

남자애는 하모니카를 불 줄 몰라 훅훅 소리 내고

여자애는 구멍도 없는 피리로 킁킁대고

엄마는 장단을 맞추면서 허리를 굽혀 따라가는데

그 모습이 너무 재미있어 깔깔거렸더니

 

꼬맹이가 다가와 멈추더니 하모니카를 삑 불며

뭐라고 우물거렸으나 전혀 알 수 없었던 차

엄마가 밀면서 행진을 계속하는데

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디선가 보았던 것을 흉내 내고 있어

웃으니 온몸에서 흐르던 땀도 멈추고

길을 내주고 비켜서서 한동안 바라보니

어느덧 시원함을 느껴 더위도 잊을 수 있겠더라

 

 

 

 

 

 

 

 

 

 

 

 

 

 

 

마음이 편치 않네/배 중진

일주일에 한 번씩
도매상인 Sam's Club에 가서
필요한 식료품을 사오곤 하는데
짜증 나는 일들이 많다

넓은 통로인데도
일방통행을 하는 것이 아니고
아무렇게나 카트를 세워 놓으니
길이 트일 때까지 기다려야 하며

과일과 채소가 건강에 좋다 하여
상태가 좋은 것을 고르려고 하면
상자가 열려있는 것이 태반이고
지나가면서 하나씩 빼서 먹는다는 것인데

남들이 쳐다보거나 말거나
한 움큼을 집어드는 사람도 있어
남의 일이지만 불화가 치미니
화를 내는 사람이 잘못인가

눈을 딱 감고 현장을 지나치고
집으로 들고 오는 것은 완전한 상태이지만
모르는 사람은 그것을 사갈 수도 있으며
그렇게 부당하게 거래가 되기도 하는데

막말로 맛을 알아야 산다고 하더라도
상품을 맛대로 고를 수만은 없지 않은가
포장을 단단히 하여 도난을 방지한다고 신경을 써도
하나 도둑을 막기에는 열도 모자라겠지

도둑이라고까지 칭하기에는 그렇지만
점점 자라서 대담해지면 누가 알겠나
자기 것이 중요하면 남의 것도 마찬가지
법과 도덕을 준수하면 얼마나 좋을까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고도 하신 최영장군님도 계시지 않던가?

 

저도 기다리며 매일 보았는데 하루 만에 활짝 피더군요.
남의 정원에 있어 가까이 가지는 못했지만 지나다니면서
즐거움을 나누고 있답니다. 참나리가 무성하니 말씀마따나
풍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비 피해가 없으시기 바랍니다.

 

꼬맹이가 다가와 멈추면서 하모니카를 삑 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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