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09

고양이, 비제이/배중진

배중진 2011. 3. 16. 05:38

고양이, 비제이/배중진


달이 있고
어둠이 스미고
칼날 바람이 있었으며
날카롭게 찔러 들어올때를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다

자다 말다
달을 쫒아 내려왔다
그 칠흑의 길을 고양이 목에 걸려있는 방울소리 따라서
이 녀석도 아는지 모르는지 적당한 거리를 내주고
밟히지 않는 선에서 촐랑거리며 내려가는데
어리석은 인간을 비웃는다

장님과 무엇이 다를까
보이지 않으니 한대 후려칠까?
그런줄도 모르고 조심스레 따라 내려온다

커피부터 끓이고
고양이는 이른 아침부터 챙기고
이어 중요한 일을 마치고 보이지 않게 덮고
조용히 아침을 사색하네
포근한 모습으로

대단한 추위가
산중을 휩쓸고
거센 눈보라가 두텁게 내리깔린
하얀 아침이 멍청하게도 좋아 보였다

 

9/1/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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