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09

흔적없는 포도송이/배중진

배중진 2011. 3. 16. 05:41

흔적없는 포도송이/배중진


길고 무더운 여름이 서서히 물러갈 즈음
갈증에 몸부림 치는 아이들이 있었다
참이, 수박, 오이, 가지, 복숭아로도 가시지 않았던 목마름

탐스럽고 진한 보랏빛으로
가지가 찢어지게 잡아땡기고 있는 모습
알알이 박혀있는 알만큼 사연이 많이 있으리라

그곳엔 우리들의 얘기도 담아 있겠지
게걸스레 집어 삼키는 동생들앞에
한알씩 집어 맛을 음미하는 나로서는

많은 이야기를 빼앗기고 있어
성큼 한송이를 집어 돌아선다
달려드는 눈총 뒤로하고

천천히 맛을 입가에 간직하며
주위엔 씨도 없고 껍질도 없이
그많은 포도가 사라진것을 알았다네

 

동생들의 손놀림이 얼마나 빠른지 송이를 같이 놓고 먹다 보면
손해가 됨을 여실히 알고 있기에 배당된 포도송이를 아예
처음부터 애지중지하며 내 고유방식대로 껍질 속까지 쪽쪽
빨아먹으며 음미하곤 했으니 자기 것을 다 먹고 형의 것을
빼앗으려고 달라붙는 귀여운 동생들이었지만 그래도 내 것은
악착같이 챙겨야 했지요.

 

8/30/2009

 

흔적없는 포도송이/배중진

길고 무더운 여름이 서서히 물러갈 즈음
갈증에 몸부림 치는 아이들이 있었다
참이, 수박, 오이, 가지, 복숭아로도 가시지 않았던 목마름

탐스럽고 진한 보랏빛으로
가지가 찢어지게 잡아땡기고 있는 모습
알알이 박혀있는 알만큼 사연이 많이 있으리라

그곳엔 우리들의 얘기도 담아 있겠지
게걸스레 집어 삼키는 동생들앞에
한알씩 집어 맛을 음미하는 나로서는

많은 이야기를 빼앗기고 있어
성큼 한송이를 집어 돌아선다
달려드는 눈총 뒤로하고

천천히 맛을 입가에 간직하며
주위엔 씨도 없고 껍질도 없이
그많은 포도가 사라진것을 알았다네

 

5/12/2010 08:56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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