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거위/배중진

배중진 2011. 2. 25. 15:18

거위/배중진

거위 한 마리가 다가오더군요
기세가 등등했기에
저는 뒤로 몇 발자욱 물렀지요
물을 수도 있겠다 싶었고요

자동차에 흠집이라도 낸다면
사진기를 쪼으면
손을 물면 어쩌나
여러 잡생각을 했답니다

얼른 트렁크를 열고
한국에서 온 쌀을
두 주먹 뿌려 주었더니
쌀 봉지를 노리는 눈치이기도 했지요

먹기 시작하더군요
너무 작아서인지는 모르되
배를 깔고 넓은 주둥이를 옆으로 해서
그리곤 한 발로 서서

한 마리가 포식하길 원치않아서
슬그머니 물러가라 암시를 했지만
요지부동이었으며
장갑에 눈독을 들이는 듯 했지요

발이 무척이나 시린가 봅니다
발을 자세히 살폈더니
엉망진창이었지요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그리곤 쫓아 다녀요
그 일대를 주름잡 듯
여기도 가보고 저곳도 살피고
아장아장 뒤뚱뒤뚱 거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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