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09

상수리/배중진

배중진 2011. 3. 15. 01:30

상수리/배중진


몸이 아파 학교에서 조퇴를 하곤
길가에 움크려 몇번 토하고
터벅터벅 힘들게 그 먼거리를 홀로 걸어서 와
요를 깔고 쓰러지듯 곯아 떨어졌다

어느땐가 닭장에서 닭들의 소리가 들리고
훼를 치는 소리도 들려
몸을 일으키니 가벼움을 알 수 있었으며
누가 먼저라 할것없이 떡메를 들었다

힘이들어 질질 끌듯
산을 넘어서 처음 보는 산으로 올라갔다
상수리를 따기위해 이 먼곳까지 동생들을 데리고
기세좋게 달려온 것이다

높은 나무를 보니 상수리들이 많이 매달렸는데
우리가 떡메를 휘두를 힘이 없었으며
나무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어렵사리 몇개 주웠을 뿐이었다

금을 긋고 동생과 도토리 치기를 한다
큰일을 벌리듯 무기만 앞세워 나섰지만
고작 몇개가 우리의 큰 수확이었으며 

먼산에서는 떡메로 나무를 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2011.03.15 01:41

닭들의 소리가 지금도 잠을 청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답니다. 

 

 

'詩 2009'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일홍과 할머니/배중진  (0) 2011.03.15
가을을 맞이하여/배중진  (0) 2011.03.15
천지연 폭포/배 중진  (0) 2011.03.15
코스모스/배중진  (0) 2011.03.15
가을이 있는 곳/배중진  (0) 2011.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