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벌리게 하는 사람/배중진
어떻게 하면 잘 사는것일까
백인으로 태어나 잘생긴 용모에
남부럽지 않은 부모를 만나서
아이비리그 명문대학을 나온 남자로
변호사나 의사자격증을 소지하고
여우같은 미인의 아내를 만나서
토끼같은 자녀를 두고
멋지고 경치 좋은곳에서 비싼차 굴리며
건강하게 살아가는것이 바로 그 해답에 가깝지 않을까
최대한도로 저곳에 가깝게 가려고 모두들 꿈을꾸고 있는것은 아닐런지
그렇다면 이런 삶은 무어라 표할까
차를 타고 가다가 멈춤싸인에서 서서 잠깐 옆으로 눈을 돌리니
자동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짧은 알류미늄 집게를 꺼내서
왼손에는 비닐백을 펼쳐놓고
건강한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버린 커피를 담았던 컵과
종이들을 하나씩 주워 담는 뚱뚱하고 나이가 드실대로 드신 흑인할아버지
남이 보라고 하는것이 아니고 진지하게 눈을 반짝이며
천천히 일을 계속하고 계시는데
열린 입이 도대체 닫혀질 줄 모르고 있었다
왜그리 건강한것이 부끄럽던지..
그분에 대해서 아는것이 없지만 자기만의 흡족한 삶이 있으리라
그것이 우리들이 지향하여야 할 궁극적 삶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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