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09

고구마/배중진

배중진 2011. 3. 14. 07:09

고구마/배중진

춥디 추운날 따끈따끈한 군고구마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
나이가 들을대로 들었고 그것도 흔치않은 타국에서
옛날을 생각하여 비슷하게 꾸며 놓은 곳을
그냥 지나치기가 뭐해 젊음으로 돌아간다

"호떡을 드릴까요, 군고구마를 드릴까요?"
"군고구마 좀 먹어 봅시다"
저쪽에서 다가오는 남자 주인이
호떡을 꾹꾹 누르고 있는 부인의 지시에 따라 고구마를 담는다

"한국 분이세요?", "예스!"
"한국 분이세요?", "예스!"
"한국 분이세요?", "예스!"
"한국말을 사용하지 않네요"

순간적이지만 혈압이 팍 올라간다
도대체 뭐야!
군고구마를 파는거야?
시비를 거는거야?

"중국 사람인줄 알았네요.."
궁색한 변명이다
예와 예스를 순간적으로 착각했는데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니 영어때문에 고생 많이 했는듯 싶다

덕분에 싸늘하고 볼품없는 고구마를 받아들고
먹을 기분도 나지 않은체 차로 돌아와
정이 달아난 고구마를 보면서
이것을 군고구마라고 팔고 있다니..

미국에서 한국의 맛을 기대하는것이 무리였지
이왕에 찬것을 먹을바에야
냉장고 안에다 넣어 놓고
반을 버리고 반만 입에 넣고 아스라한 고향맛을 보다가 팍 걸렸다

'詩 2009'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다/배중진  (0) 2011.03.15
PC방/배중진  (0) 2011.03.15
생각나는 성탄절/배중진  (0) 2011.03.14
무상/배중진  (0) 2011.03.14
갈매기의 꿈/배중진  (0) 2011.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