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눈이 오던날/배중진

배중진 2011. 3. 14. 05:58

눈이 오던날/배중진


며칠전의 눈보라가 이곳을 지나쳐 섭섭했던 모양이었다
간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발이 제법 쌓여 모든것을 설설기게 만들었고
지금은 눈보라로 바뀌어 눈들이 하늘로 날라 올라가고 아우성 이지만
이미 예상을 하고 있어서 음식을 미리 챙겨다 놓아 여유를 부리고 있다

제설차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소금도 뿌리며 지나가고 밀며 지나가기도 하면서
상점 주인들과 알게 모르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새들도 배가 고픈지 눈보라를 뚫고 먹이를 찾아 헤맨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우리와 같은 준비성이 없어서
그날 구해 그날 채우면 되는데 이렇게 눈이 오는 날은
하루종일 굶어야 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앙상한 나무가지 아래에서 덜덜 떨고 있었다

눈부시게 수북히 쌓인 눈을 보면서
옛날 고향땅 에서의 냄새를 어렴풋이 맡고 흠뻑 들이켜 본다
그 굵은 냄새 중에서 기억속에 살아있는 실날같이 가느다란 냄새
아직도 가냘프게 이어지고 있었고 뒤죽박죽인 허공에서 찾는 기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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