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까마귀와 눈/배중진

배중진 2011. 3. 14. 05:44

까마귀와 눈/배중진

눈보라가 거세게 몰아쳐 모든것을 덮어버렸다
더 이상 잘, 잘못을 따지지 않고 모든것을 말이다
잘못을 덮어 버렸는데도 눈이 부시니
이게 무슨 조화인가

배고픔에 지쳐 망연자실한 까마귀들이
눈보라를 피한다고 소나무 밑으로 기어 들어 갔는데
느닷없이 주먹만한 눈송이가 뒷통수를 강타하여
화들짝 놀라면서 날아 오른다

재수 없으면 세숫물에도 코가 빠져 죽는다더니
하필이면 안전하다고 생각한 곳에서 이런 변을 당했고
눈보라도 눈보라지만 강풍으로 나뭇가지에 있던 눈들이
사방, 팔방으로 날라 오르고 쏠려 지나간다

참으로 약삭빠른 인간들이다
요번에는 기상예보를 귀신같이 꿰뚫고 정확히 알아맞혀
미꾸라지가 활개를 치듯 재앙을 피해 나갔다
다음에도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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