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헤이티의 지진/배중진

배중진 2011. 3. 14. 05:41

헤이티의 지진/배중진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그토록 싫토록 했을까
부르르 치를 떨더니 그게 전부였다
저 깊은곳에서 부터 엄청난 힘으로
지구상에 있던 것들을 흔들어 놓았다

그리곤 모든것들이 무너져 내려 갔다
원래 충격이 컷기에 단단하지 못한 토대에 서 있던
건물들은 땅으로 금방 주저앉고 말았다
폭삭하는 소리와 같이 형체를 잃었다

솟아 오르는 것은 절규 그 자체였다
이곳 저곳에서 살려 달라고 손을 흔들어 보지만
움직이는것은 손도 발도 아니고
동물이 도살 당하기 직전 고통의 단말마였다

우리의 손발이 주검을 붙잡고 있었다
이렇게 쉽게 절단될 수가 있는가
그것도 구식으로 썰고 있으니
차라리 죽어 고통을 잊고 싶었으리라

이렇게 지구상에서 수 십만의 인간들이 죽어가고 있었지만
세계 도처에서 구호를 하고 싶어도
이곳까지의 거리가 만만치 않고 길도 나 있지 않았다
일초가 급한 이들의 생명이 꺼져 가는것을 보고만 있는 슬픔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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