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배 중진
큰 나무들이 강풍에 벌러덩 나자빠졌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뿌리가 깊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넓게 퍼지지도 않았고
어찌 그렇게 높게만 쭉쭉 뻗어 올라갔는지
주위엔 그 오랜 시간이 흘렀건만
아주 높은 나무가 보이지 않는 이유를 알겠는데
우거진 숲을 조성했다면 혹시 살아남지 않았을까
여럿이 고통을 분산했다면 아픔도 덜했으리라
안개는 다시 계곡을 빈틈없이 덮어버렸고
고여있는 댐의 물 위에서 다소곳하지만
무모한 인간들은 보이지 않는 길을 헤집으며 달리고
위험한 놀이에 여럿이 몸을 던져보는데
무슨 사연으로 흥분했는지는 모르지만
젊은 어머니가 아이들을 네댓 이끌고 댐의 석벽을 내려가면서
식은 죽 먹기이고 여자도 내려가는 데 따라오라 하지만
장성한 아이는 덩치에 걸맞지 않게 홀로 길을 따라 내려가니
보는 이도 싱거워하고 본인 자신도 겸연쩍어하는데
그는 자기 어머니를 닮지 않고 아버지를 닮았는지
아니면 허풍떠는 그녀에게 번번이 속았는지
안갯속같이 궁금한 것이 많았던 일요일 오후였는데
그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누워있는 아름드리나무를 봤으리라
아무리 믿을 수 있는 어머니이지만 실수하여 깨지는 것은 자신이고
갑자기 흥에 겨운 놀이에 익숙지 않았으며
동생들보다 아는 것이 더 많았는지는 모르겠다
정철과 진옥 사이에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었네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고 전해지고 있어
어려운 시기였지만 후대를 위해 중요한 시기였지 싶기도 합니다. 즐거움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미국에도 성곽같은 시설물이 있군요~~
배중진님. 건안하시죠, 다녀갑니다,
一期盡樂 不知樂是苦因 = 잠깐 즐거움을 누리는 일이여,
일기진락 부지락시고인 그 즐거움이 괴로움의 원인인 줄 알지 못하도다,
저는 처음 황희정승을 말씀하시는 줄 알았답니다. 그런 분이 또 계셨군요.
아무리 어수선한 시대였지만 梧里 이원익 같은 조선의 청백리가 계셔 그나마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을까 생각도 했답니다. 매우 유익한 글 감사하게
읽었답니다. 멋진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오리, 탐관오리
청리
貪官汚吏
관리라는 말이 별로 호감을 주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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